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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 여행감독 1호, 재미로재미연구소 소장. 이메일 gosisain@gmail.com 트위터 twitter.com/dogsul 페이스북(페이지) facebook.com/kojaeyoul 독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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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예우’는 없고 ‘현직 대통령 예우’만 있었다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 2009.05.26 00:28 | Posted by 소셜미디어의 촌철살인마 독설닷컴



오늘 퇴근길에 서울의 4대 분향소를 모두 순례하고 왔습니다.
맨 처음 조계사 분향소에 갔다가
서울역사박물관 국민장 분향소에 들렀다가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를 거쳐
서울역 앞 국민장 분향소까지 가 보았습니다.

조계사 분향소


중간에 청계광장과 서울광장을 둘러보았습니다.
두 광장은 ‘버스 산성’에 막혀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전혀 없고, 현직 대통령만 예우하고 있구나’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치적으로 내세우는 곳입니다.
서울시와 경찰은 이곳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객에게 내주지 않았습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포기한 것이지요.

전경버스로 막은 청계광장

물론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의 운영 주체는 서울시입니다.
그리고 통제하는 곳은 경찰청입니다.
그렇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면죄부가 주어질까요?

저는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폐쇄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가한 마지막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노무현을 보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옹졸했습니다.  
(내년 서울시장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한 것인지, 오세훈 시장이 알아서 기는군요)

경찰들은 시청광장으로 향하는 지도도 막았다.


예의바른 경찰은 ‘현직 대통령’뿐만아니라 ‘밤의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깍듯이 했습니다.
추도객들이 조선일보(정확히는 코리아나호텔) 앞으로 줄을 서지 않도록 서울시의회 빌딩 앞에서 막았습니다.
그것 때문에 추도객 줄은 서울시의회 앞에서 유턴해서 시청역 안으로 이어졌습니다.
‘밤의 대통령’에 대한 예우 때문에 애꿎은 추도객들이 침통 더위에 생고생을 했습니다.

전의경들이 조선일보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다.

여전히 경찰은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 주변을 차벽으로 막았습니다.
그리고 위협적인 진압복을 입고 와서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그런 험악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을 기다려 참배하는 추도객들의 인내심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조선일보 쪽 길이 막힌 탓에 시민들은 지하철역 구내로 줄을 섰다.


차벽을 쌓아 막는 것에 대해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경찰버스가 분향소를 막아주니까 오히려 아늑하다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이 말을 들으면 '달인을 만나다'의 김병만 선생님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향냄새 맡으면서 병풍 뒤에 누워봤어? 안 누워봤으면 말을 하지 마"라고요.
이 분은 아마 시민이 "잘한다. 잘해"라고 말하면,
"경찰이 촛불집회를 막으니까 오히려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런 불편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정말 꿋꿋했습니다.  
정부가 공식 분향소를 서울역사박물관에 세웠지만,
이용하는 시민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지요.
시설도 좋고, 줄도 짧고, 심지어 의장대가 국화꽃까지 절도 있게 집어주지만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은 별로 없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설치된 국민장 분향소

가장 많은 곳은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였고,
그 다음이 서울역 국민장 분향소였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 국민장 분향소 이용자는 조계사 분향소 이용자보다도 적었습니다.

시민들은 정부가 마련한 공식 분향소보다 
초라하고 불편하고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시민의 힘으로 만든 시민분향소를 선호했습니다.
분향 하나 하는 것에서도 '노무현 정신'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역에 설치된 국민장 분향소

조문을 방해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오판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이유만큼 서거에 대처하는 자세 역시 문제였습니다.
두고두고 후유증을 겪을 것입니다.

경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첫날부터 강압적으로 진압하며 촛불을 껐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촛불을 끄고도 끄지 못했습니다.
사람들 손에 들고 있는 촛불은 껐지만
마음에 품은 촛불은 끄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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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nalukas 2009.05.26 0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까지 옹졸하다는 말씀이 계속 뇌리에 남네요...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정말 모르는 현 대통령입니다.--;

  2. 옹달샘 2009.05.26 0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광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내일이라도 조치가 취해지면 좋겠는데요. 설사 시위로의 시도가 있더라도 추모객들이 가만있겠습니까? 고인에게 누가될텐데.. 과연.. 누가 그런 한심한 짓거리를 할지. 너무나 옹색하고 옹졸한 서울시, 경찰들의 처사에 분노를 느낍니다만.. 같이 대응하고 싶지 않군요. 이번 주 만큼은 분노보다는 추모의 마음을 가지렵니다. 이번 주 만큼만.. 참겠습니다..

  3. 삶을위한멈춤 2009.05.26 0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사in을 헬레벌떡 샀는데..음..노대통령님 기사가 없더군요...잠시 실망...한호흡 후 아하! 더 깊은 기사가를 다음주에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기데요...노 대통령님은 그렇게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한 큰 한 호흡이었습니다...저도 내일 덕수궁으로
    아들 데리고 가려구요..

  4. 가을 2009.05.26 0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엉이바위로 올라갈때 마음을 생각하면 눈물나네요.

  5. 꽃달림 2009.05.26 0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자동차로 급하게 분향소 순례를 하였는데, 역시 대한문 앞에 시민들이 가장 많음을 보고 국민의 마음을 읽었습니다.
    누추한 그곳에서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회상하고 있었어요.
    건너편의 텅~빈 시청광장이 오늘은 참 불편해 보였어요!!!

  6. 웅야 2009.05.26 0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기자님 영문기사도 써서 포스팅해주세요
    전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게^^..아..
    제가 번역해서 올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학이 살짝?부족해서리;;;
    죄송~

  7. 아늑하단 분이 대체 누구였는지? 2009.05.26 0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X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해도 저런 발언 할 수 있습니까? 어른이 얘기할 수 있는 발언입니까?.
    '우리 집이 썰렁해요' 하면 안방까지 버스 몰고 들어오겠습디다.
    암튼.. 이건 아니예요. 너무 싫어요. 모든게.

  8. iwillb 2009.05.26 0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24일 대한문앞에서 5시간을 기다리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문상을 하던 중 들은 바로는 '위대하신 조갑제'님께서 조선일보(정확히는 코리아나호텔) 를 시위자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관할경찰서로 요청을 했다고 하더군요.

    나도 꽤 세금내는데...경찰이 시민들의 십시일반 세금을 너무도 우습게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2.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노전대통령의 서거 및 분향소를 함께 방문할 것을 제안했더랬습니다. TV 화면에서 너무나 맘 아파하던 유시민 교수님의 모습이 가슴을 시리도록 아프게 해서 상주로 계신 서울역을 방문하여 위로해 드릴 것을 제안했으나....

    다들 정부에서 마련한 자리라 가기를 꺼려하더군요.

    물론 저도 정부에서 마련한 분향소가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주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서울역을 밤 늦게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와 마음이 같으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했습니다. 어디든 문상객이 많으면 좋으니까...

    #3.
    못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노전대통령의 영정사진과 문상객들과 상주들을 한참을 보다 왔더랬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 사람들 마음이 다 비슷한지...문상객들이 정세균의원보다 유교수님에게 더 위로의 말씀을 표하시더군요(악수를 청하는 횟수가 압도적이 었습니다).
    하긴 정대표님...피부가 원래 좋으신 건지는 모르겠으나 상주라고 보기엔 너무 멀쩡하고도 깔끔해 보이시더군요. 마치 TV 출연을 기다리시는 분 마냥....참으로 씁쓸했습니다.
    고인을 향한 진심이 느껴지기는 커녕 여론만 의식한 것 같아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워 보여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ㅠ.ㅠ

    가시는 분의 마음도 저와 같겠죠?

  9. 실비단안개 2009.05.26 06: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고하셨습니다.
    그릇 크기 만큼이겠지요.

  10. 라온하제 2009.05.26 0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서울역 분향소를 둘러보니 젊은 분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제가 갔을 땐 강금실, 유시민, 조기숙, 이용섭의원등이 있었습니다.
    저도 서울역 보다는 덕수궁 분향소를 들리려 그냥 왔읍니다.

  11. Favicon of http://blog.naver.com/calmo BlogIcon yuki 2009.05.26 1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재열 기자님......
    고맙습니다...

  12. 도윤아빠 2009.05.26 14: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봉하마을로 서울로 다시 각 분향소로 뛰어다니며 분위기를 전해주시는 고기자님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13. jiyong 2009.05.27 0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손수건과 국화꽃을 들었을 뿐인데, 방패를 내미는군요.
    뭐가 두려워서...

  14. 국민들과 2009.05.27 1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번 해보자는 것 같네요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몽둥이 들어야 하는거 아닌지?

  15. 슬픔이 2009.05.29 0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님 고맙고 수고많으시네요~
    "사람들 손에 들고 있는 촛불은 껐지만
    마음에 품은 촛불은 끄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맞는말이라 와닿네요...

  16. ㅠㅠ 2009.05.29 0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여~ 추천은 눌러서 추천됐다고 나오는게 조회수는 올라가지 않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