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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 여행감독 1호, 재미로재미연구소 소장. 이메일 gosisain@gmail.com 트위터 twitter.com/dogsul 페이스북(페이지) facebook.com/kojaeyoul 독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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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와 산해경 그리고 문화원형의 활용

카테고리 없음 | 2020. 7. 13. 06:50 | Posted by 소셜미디어의 촌철살인마 독설닷컴

 

(예전에 쓴 글)

1월 24일 모바일게임 ‘포켓몬고’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면서 우리나라도 포켓몬고의 영향권에 들게 되었다. ‘포세권(포켓몬+역세권, 포켓몬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곳)’ ‘포익부포익빈(부익부빈익빈을 빗댄 말로 포켓몬이 많이 나오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격차)’ ‘포켓코노미(포켓몬+이코노미)’ 등 포켓몬 관련 신조어가 나오는 등 뒤늦게 포켓몬 열풍이 불었다. 


포켓몬고가 반향을 일으키자 중국에서 ‘산해경고’를 만든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산해경고 이야기가 나오자 평소 복제품을 많이 만드는 중국이 포켓몬고까지 ‘짝퉁'을 만든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포켓몬의 다양한 몬들은 사실 많은 수가 중국 고전 「산해경 」에서 가져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요괴의 천국이긴 하지만 포켓몬고 도감은 전체적으로 「산해경 」에 빚진 부분이 많다. 


그런 면에서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도 억울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의 몽달귀신 처녀귀신 도깨비들은 이런 절묘한 쓰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쾌한 변주를 경험하지 못하고 케케묵은 전래동화집 속에 묻혀있다. 세계는 지금 신화와 전설에서 온고지신을 꾀하고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분야에서 신화와 전설이 아이디어 창고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이성과 합리의 시대를 이끌었다면 그리스 로마 문명이 오랑캐로 업신여겼던 북유럽의 신화와 전설이 현대의 문화예술 콘텐츠의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테면 블리자드 사의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 게임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들은 북유럽 신화인 ‘운문 에다(구 에다)’와 ‘산문 에다(신 에다)’에서 가져온 것이 많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원작이자 판타지 문학의 역작으로 꼽히는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니벨룽의 반지>는 게르만 민족의 서사시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북유럽 신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어벤져스> 시리즈도 이런 북유럽 신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토르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으로 절대신 오딘의 아들이다. 토르는 천둥의 신으로 풍요와 농업을 상징하며 인간을 괴롭히는 사나운 거인에 맞선다. 토르에 맞서는 악역 로키는 북유럽 신화에서 대표적인 ‘트러블 메이커’다. 


우리 신화와 전설에 눈을 돌려보자. 심해에 대한 상상력은 우리 조상들이 남달랐다. 「별주부전」이나「심청전」에서 볼 수 있듯 우리 조상들은 심해를 하나의 천국 혹은 피안의 세계로 상상했다. 서구에서 심해는 대부분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아니면 괴물의 안식처로 묘사했다. 「별주부전」이나「심청전」을 응용한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보다 전에 심해에 대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TVN 드라마 <도깨비>의 흥행은 눈여겨볼만한 하다. 도깨비와 저승사자를 소재로 삼고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감각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냈는데 이런 시도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흔히 고전을 읽는 이유로 고전을 읽으면 끝없이 지혜와 지식이 샘솟는다는 것을 꼽는다. 신화와 전설에는 인간의 욕망과 공포의 원형이 있다. 그 시절 인간이 욕망하는 것과 공포를 느끼는 대상은 지금과 다르지만 욕망과 공포의 원형은 동일하다. 바꿔 말하면 신화와 전설을 들여다보면 현대인의 숙제도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신화와 전설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2002년부터 ‘문화 원형 디지털콘텐츠화 사업’이라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매년 수십억 원의 비용을 들여 신화와 설화 같은 우리 문화의 원형을 연구하고 이를 문화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정보로 재구성하는 사업이다.


‘문화 원형 디지털콘텐츠화 사업’을 세밀하게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는데 허점이 있었다. 문화 원형 자체에 대한 연구 발굴보다 이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응용하고 활용하는데 관심을 더 기울였다. 이를테면 도깨비라는 주제가 있으면 도깨비에 대한 연구는 소략하고 도깨비를 캐릭터로 만들고 어설픈 게임으로 만드는데 비용을 대부분 투자했다. 그렇게 만든 캐릭터와 게임은 누구도 사용하지 않으니 그냥 허비되었다. 첫 회 사업이 그렇게 진행되니 그 다음해부터는 그것이 맞는 방법인 것처럼 오류를 반복했다. 


다시 포켓몬으로 돌아가보자. 포켓몬에서 돋보이는 점은 「산해경 」을 깊이 읽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요괴의 특성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산해경이 구축한 요괴의 체계를 분석하고 이를 게임 체계에 효과적으로 응용했다. 우리도 우리 신화와 전설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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