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시사IN 기자, 여행감독 1호, 재미로재미연구소 소장. 이메일 gosisain@gmail.com 트위터 twitter.com/dogsul 페이스북(페이지) facebook.com/kojaeyoul 독설닷컴

Category»


Archive»

Notice»

« 2019/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tatistics Graph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의 MBC 앞 ‘삼보일퍽’이 화제다. 이 민망한 퍼포먼스는 ‘소셜테이너’라 부르는 사회참여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시키기로 한 MBC 규정에 대한 항의였다. 점잖은 언론은 ‘삼보일팔뚝질’이라 부르기도 했다. ‘잡놈행진’이니 ‘꿀퍽큐’니 하는 말도 나왔고 소설가 이외수 선생은 퍼포먼스 사진을 보고 이외수 ‘청사에 길이 남을 사진’이라 품평하기도 했다.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탁 교수와 마찬가지로 이 규정에 항의해 MBC 출연 거부 선언을 했다. 소설가 공지영, 영화제작자 김조광수, 문화평론가 김규항,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음악평론가 김작가,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 영화감독 여균동, 문화콘텐츠기획자 탁현민 시사평론가 김용민, 작가 지승호, 제정임 세명대 교수 등이 그들이다.

‘소셜테이너 금지법’의 내용은 이것이다.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하여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유리 또는 불리하게 하는 자의 출연을 금할 수 있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헌법이 밝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반하는 것이다.

출연 거부 행렬에 합류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MBC 프로그램 출연 직전이었다. 최근 MBC 프로그램 중에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고정 꼭지를 만들어서 출연할 예정이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실험을 하는 것이어서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출연을 거부하기로 했다. 촬영 직전 제작진에게 이를 통보했다.
 
모든 기획이 끝나고 촬영만 앞둔 상황이라서 제작진에게는 크게 누가 되겠지만, 더군다나 외주제작사가 하는 것이라서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나같은 ‘듣보잡’ 하나 MBC에 출연하고 말고가 무슨 대수겠냐 하겠지만, 이런 도도한 흐름이 MBC의 각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참했다. 촬영 직전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놀랐을 제작진 얼굴이 떠올랐지만 결행했다. 


 

이런 소셜테이너 금지법에 대해 MBC 라디오평PD협의회에서는 “이 논리라면, 사회적인 이슈에 발언한 차원이 아니라 아예 대선 때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순재 씨나 이덕화 씨 등은 지금 당장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할 것이다. 또 조갑제 씨나 이문열 씨 같은 보수 논객들을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수도 없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의미 있는 지적이다. 그런 폴리테이너(정치참여 연예인)는 되는데 소셜테이너(사회참여 연예인)는 되지 않는다는 것은 역설이다. 대선 주자 지지 활동을 하는 폴리테이너는 미래 권력에 ‘투자’한 것이고, 힘없는 노동자 목소리 들어주는 소셜테이너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희생’한 것이다. 둘은 동급이 아니다.

물론 폴리테이너 활동도 용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견해가 많기 때문에 굳이 소셜테이너와 구분하는 것이다. 폴리테이너 활동은 상대평가 영역이지만 소셜테이너 활동은 절대적으로 허용되어야 할 영역이다. 왜 김여진 김제동 김미화가 방송에서 퇴출 될 때는 난리를 치면서 김흥국이 퇴출될 때는 가만히 있느냐고, 차별하냐고 하는데 다르다. 셋은 사회적 ‘불의’를 못 참은 것이고, 김흥국은 개인적 ‘불이익’을 못 참은 것이다.

이런 소셜테이너를 외국 연예인들의 사회참여 활동과 비교하면서 반전이나 빈민구호 활동처럼 보편적인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주장은 괜찮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전 구호도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논쟁적인 구호였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엔 찬성하면서 그들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자는 것은 왜 반대하는 것인가?

소셜테이너의 사회참여 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바로 우리 민주주의 성장의 척도다. 소수 엘리트가 다중에게 권리를 나눠주지 않는 논리가 바로 ‘그들이 떠들면 혼란스러울 뿐이다’라는 논리였다. 이 족쇄를 소셜테이너에게도 채우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왜 비전문가인 연예인이 떠드냐고 비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안 떠드니까 이들이 떠드는 것이다. 이들이 떠들어서 사회적 이슈가 되면 전문가들이 떠들고, 정치적 이슈가 되면 정치인이 떠드니까, 먼저 떠드는 것이다. 그들은 막장으로 가는 우리 사회의 카나리아다.

소셜테이너 금지법이 화제가 될 무렵 트위터에 @tonightweflye라는 이용자가 이런 글을 올렸다.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생각에 그대로 옮긴다. “미안합니다 밥딜런 MBC출연정지 되셨습니다. 미안합니다 숀펜 미안합니다 브란젤리나 미안합니다 보노 미안합니다 리처드기어 미안합니다 수잔새런든 미안합니다 조지클루니 미안합니다 시네드오코너 미안합니다 오프라윈프리 지면상 담지 못한 지구촌 ‘정치적’ 연예인님들 미안합니다.”

 
주> PD저널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