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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 여행감독 1호, 재미로재미연구소 소장. 이메일 gosisain@gmail.com 트위터 twitter.com/dogsul 페이스북(페이지) facebook.com/kojaeyoul 독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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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에게

마봉춘 지키미 게시판 | 2010. 3. 10. 08:49 | Posted by 소셜미디어의 촌철살인마 독설닷컴


김재철 사장의 출근을 막으며 설전을 벌이고 있는 이근행 위원장




안다. 다 안다. 왜 모르겠는가? MBC노조 이근행 위원장이 그동안 얼마나 고군분투 해왔는지를, MBC노조 집행부가 언론노조 본진 역할을 하면서 세 차례나 파업의 선봉에 섰던 것을, MBC노조원들이 그 파업에 얼마나 헌신적으로 참여해 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결론을 내린 이유를 잘 안다.


이해한다. 다 이해한다. 겪어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한다. ‘시사저널 파업’이 그랬듯 MBC의 방송독립을 지키는 것도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더라도 싸워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이때껏 싸우고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한다. 그래서 그렇게나마 답을 얻어냈다는 것을 이해한다.


왜 그랬는지 알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받아들이지는 못하겠다. 그럼 ‘낙하산 사장 반대’를 외치다 해직된 YTN 기자들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오늘(3월9일)로 600일째 버티고 있는 그들은 무엇이 되는가? 역시 ‘MB 특보는 사장이 될 수 없다’며 새노조를 만들어 맞서고 있는 KBS 새노조는 어떻게 되는가?


MBC 노조가 황희만 윤혁 본부장의 용퇴를 내걸고 김재철 ‘관제사장’을 받아들인 것은 ‘어설픈 출구전략’이었다(그나마 윤혁 본부장 용퇴는 방문진이 받아들이지 않아 공전하고 있다). 싸움엔 잔머리를 써야할 때가 있고 굵은머리를 써야 할 때가 있다. MBC는 지금 굵은머리를 써야 할 시점이다. 왜? 이길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길 수 있다면 잔머리를 써도 되지만 장렬히 전사해야 할 때 잔머리를 쓰면 그르친다.


결국 이번에 드러난 것은 MBC 노조라는 두꺼운 외피에 싸여있던 속살이 얼마나 무른가 하는 것이었다. 결전의 순간 정작 안에서는 성문을 열 핑계만 찾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어쩌면 그것은 각 부문에서 징발되어온 노조 집행부가 할 수 있는 최대치였을 지도 모르겠다. 회사 노무팀에서나 구상해 봄직한 꼼수가 노조에서 나왔다는 데에 솔직히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표를 내고 후배들에게 MBC를 지켜달라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엄기영 사장




그동안 MBC 노조는 사내정치를 동력으로 삼아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왔다. 엄기영 사장과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의 갈등을 축으로 한 본부장 인사 힘겨루기에 걸쳐서 영향력을 행사하다 엄 사장이 사퇴하자 이번에는 ‘김재철 인선안’에 개입해 회군의 명분을 확보했다. 하마평에 오르거나 임명되었던 간부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지만 그것은 MBC 독립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모양만 이상해졌다. 사장을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투쟁을 하던 노조가 그 사장과 협상을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을 통해서 김우룡 이사장을 견제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로망’이거나 ‘미망’이다(김 사장과 김 이사장이 갈등하는 ‘척’하는 모습은 이번 기만극의 백미다). 김 사장을 이용하는 것은 ‘되’로 이용하고 ‘말’로 이용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MB뿐이다.


물론 이근행 위원장의 고뇌도 이해한다. 파업 찬반 투표에서 찬성 응답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파업 의지는 있지만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는 노조원들을 보면서 그가 낼 수 있는 수는 분명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시민들의 관심도 예전만 못했고 … 아마 ‘남한산성’에 고립된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 절망의 사지에서 그는 기꺼이 최명길이 되어 삼전도의 굴욕을 감당했다.


두 본부장의 용퇴를 조건으로 관제사장을 받아들인 MBC 노조의 결정에는 진정성이 없었다. 이기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지는 것은 용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지기 위해서 살짝 이기는 것은 그저 '기만'일 뿐이다. MBC노조는 이기기 위해서 져야 했다. 지기 위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때론 이기기보다 지는 것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그때 진정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길 수 없을 때는 잠깐 져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지는 것에도 최선을 다해서 져야 한다. 그러나 MBC 노조는 지는 것이면서 이기는 것 같은 모양을 연출하려 했고, 그리고 그 악역을 노조위원장에 맡기는 우를 범했다. 그의 어깨 위에 놓인 짐이 너무 무거웠던 것 같다. 그 짐을 덜어주지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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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설부록 2010.03.10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식으로 말하는 MB 정책

    원문 : http://www.sisain.co.kr/bbs/list.html?table=bbs_1&idxno=27394

  2. 2010.03.10 1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허대수 2010.03.10 1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절한 글입니다.

  4. 이카루스 2010.03.10 14: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기기보다 잘 지기가 더 어렵죠. 그래도 mbc를 응원합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 힘내시길!

  5. 비안 2010.03.11 0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설 고기자 글에 동감...

  6. soohjun 2010.03.12 1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의 글에도 공감이 가고,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던 노조위원장도 한편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누구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이겠지요.
    실수를 부정하고 그 안에서 편안하게 사려는 사람과,
    겸허히 인정하고 다른 이들의 비판을 들으려하는 사람,, 그 결과를 책임지려는 사람..

    솔직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MBC 노조가 우리를 대신해서 장렬하게 싸워줬으면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너무 이기적이라 생각합니다. 자신들은 하기 쉽지 않은 희생양으로 정해놓고 그 역할을 해달라고 해서는 안되겠지요...

    어떻게 싸울것인지는 MBC 노조가 선택할 문제입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그만큼 그들을 믿고 있기 때문이지만.. 우리 자신들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저는 아직 MBC 노조와 노조위원장을 믿습니다.
    왜냐면 아직 기회가 있으니까요. 지금은 좀 이른감이 있습니다. 타이밍을 보더라도 너무 일찍 서둘러서 결정적인 순간에 지치고 힘이 빠질 이유가 없지요.

    MBC 노조만 스스로 자책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그리고 초심대로 행동하면, 꼭 일이 잘 되리라 믿습니다.

    봄은 오기 마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