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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 여행감독 1호, 재미로재미연구소 소장. 이메일 gosisain@gmail.com 트위터 twitter.com/dogsul 페이스북(페이지) facebook.com/kojaeyoul 독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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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언론학부의 'Unknown' 뉴스게릴라들에게

이명박 정권 하자보수팀 | 2009. 10. 26. 06:55 | Posted by 소셜미디어의 촌철살인마 독설닷컴


얼마 전 고려대 언론학부의 졸업반 후배 4명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 상담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교 측이 '언론학부'라는 학부 명을 '미디어학부'로 바꾸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변경 과정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 무크지를 발간하는데 
글을 한 편 기고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후배들도 있구나, 하는 기쁜 마음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눈 앞의 취업만 생각하지 않고 예비 졸업생들이 학내 문제를 제기하고
특히 교수들과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지고 드는게 참 기특했습니다. 
후배들에게 주었던 글을 '독설닷컴'에도 올립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려는 후배들에게


때로 진실은 불편할 때가 있다. 고려대 언론학부 후배 4명이 불편한 진실을 알리는 무크지 ‘Unknown’을 만든다는 소식을 전해왔을 때, 첫 작품으로 언론학부 개명에 대해서 심층 취재를 한다고 했을 때, 그들이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게 될 것 같아 걱정되었다. 그 ‘불편한 진실’ 앞에서 스스로를 추스를 수 있을지, 못내 걱정되었다. 

학부 재학시절 한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언론사 시험을 칠 때 서류와 필기시험에서 떨어지는 것은 여러분 책임이지만 실기시험과 면접에서 떨어지는 것은 선배와 교수들 책임이다” 수업시간에 들은 얘기였다. 선배와 교수들을 믿으라는 말이었다. 우리 사회 언론인이 특권층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언론인이 되는 과정에 있어서도 특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중에 그 교수의 딸이 유명한 신문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교수의 딸이 서류와 필기시험은 자신의 실력으로 통과했지만 실기와 면접은 선배와 교수의 도움으로 합격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해 버렸다. 지금도 특권에 길들여진 그 교수의 딸이 특권층을 고발하는 기자가 아닌 특권층에 편입되는데만 관심을 가지고 기자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1년 전쯤 고대 언론학부를 취재한다는 한 대학생기자를 만났다. YTN 사태로 인해 6명의 기자가 해직당했는데, 그 중의 한 명인 조승호 기자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취재하기 위해 언론학부 학생들을 만났다고 했다. 언론학부 학생회 집행부로부터 그가 들은 대답은 “YTN사태가 뭐에요?”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소식만 들은 것은 아니다. 후배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는 소식도 들었다. 1년 후배인, MBC <무한도전>을 연출하는 김태호 PD가 특강을 하러 오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찬다는, 그리고 사진을 같이 찍고 사인을 받아가는 등 아이돌그룹 팬클럽마냥 극성을 부린다는 이야기는 바람결에 전해들었다.

학교 밖의 행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에 과 출신 선배 몇 명은 첨병이 되어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대선 캠프에 기웃거리며 노후를 설계했던 그들은 용케 권력이 던진 뼈다귀를 받아 물었다. 그리고 더 큰 뼈다귀를 물기 위해 암중모색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기자들로부터 전해들었다.

다른 학교 교수들이 이런 이명박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며 ‘미디어공공성포럼’을 조직했을 때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들의 이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명부를 통해 확인했다. 다행히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론학회와 방송학회를 좌지우지한다는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들의 이름은 겨우 한두 명을 찾을 수 있었다. 

후배들에게 이 ‘불편한 진실’만 보라고 강권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이를 외면하고 ‘달콤한 사실’만 보려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달콤한 사실’만 보면 왠지 우쭐해지고 뭔가 길이 보일 것 같은, 그 특권의 체례를 통해 뭔가 덕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길다. 한 번 기생하게 되면 영원히 기생해서 살아야 하는 것이 바로 세상의 법칙이다. 비판을 업으로 하는 언론계는 특히 그렇다. 다행히 좋은 싹이 보인다. 후배들이 특권의식을 버리고 맨몸으로 세상과 부딪치기 위해 ‘Uuknown'을 만들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지지를 보낸다. 
 
지난 겨울 선배들은 거리에서 송년회를 했다. 12월31일, 미디어악법 국회 상정을 막기 위해  과출신 언론인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달려 나왔다. 추운 날이었다. 한기가 들고 손이 어는 날이었다. 그러나 선배들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다. 뒤이어 언론계에 들어올 후배들이 양심에 따라 기사를 쓸 수 있는, 혹은 방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부디 후배들이, 자신들이 겪지 않은 이 암울한 시대를, 선배들의 치열한 기자정신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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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천한의학도 2009.10.28 1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이비 입시 상담해주면서, 조금 놀랬습니다.
    시각영상쪽을 합하면서 '미디어학부'가 된 건 아닌가요?
    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으음......

  2. hagis 2009.10.30 06: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대 신문학과 출신 한 후배는 신문학과라는 이름이 사라진 뒤 정체성을 잃었다고 하더군요... 언론학, 미디어를 공부하는 젊은 학생들이 사회를 좀더 다양하게, 약간은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을 키웠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