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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1일 성공회대 대운동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의 총연출을 맡았던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가 공연에 대한 소회를 담은 글을 보내왔습니다.
이번 공연은 탁 교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공연이었습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와 성공회대 총학생회가 공연의 하드웨어를 맡았다면
탁 교수는 공연의 소프트웨어를 맡아 최고의 공연을 성사시켰습니다.
그의 소회를 한번 들어보시죠.
다시 부는 바람이 느껴지는가....
탁현민(다시 바람이 분다 총연출가)
텅 빈 무대를 바라보는 마음은 언제나 쓸쓸하다. 설치의 역순으로 해체되어가는 무대는, 적어도 그 무대를 연출했던 연출가에게는 한 시절이 완벽하게 사라지는 것과 같다. 사라지는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 하지만 영원히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보내야 하는 것 또한 분명한 현실이다.
그의 추모공연을 준비하면서 이제껏 겪지 못했던 수많은 어려움과 부딪쳐야 했다. 적게는 50여회 많게는 100여회에 이르는 공연들을 매년 만들어 내면서, 때로는 출연진으로 때로는 장소로, 때로는 돈 문제로 고심했던 적은 있지만 이번 공연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추모공연이 '추모'라는 말처럼 슬프고 무겁게 만들어져야 할 것인지, 그의 죽음을 새로운 희망으로 만들어 내는 자리가 되어야 할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모여 더욱 비통한 가슴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의 죽음 앞에서 신나게 놀아제끼는 것이 옳은 일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가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치환은 이 자리가 단지 추모의 의미만을 담아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이야기 했고, 윤도현은 공연을 통해 연대와 공존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다양했다. 단순한 추모에서 분명한 메시지 전달까지 도대체 한 번의 공연으로 담아내야 할 것이 왜 이리 많은지 곤혹스러웠다.
연출을 부탁받고 구상을 시작했던 때는 불과 공연을 열흘정도 남겨놓은 상태였다. 사실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서부터, 공연을 생각했었지만 쉽사리 나서지 못했었다. 그를 위한 공연은 최상의 구성과 최고의 시스템으로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공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죽은 그를 위한 헌정공연은 당연히 그래야 마땅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많이 망설였었다. 단 1원도 마련되지 못한 제작비용과 학생들은 자신 하지만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이라는 곳이 확보하기 쉽지 않은 공간이라는 판단, 그리고 비루하지만 공연 연출가로서 앞으로 먹고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보이지 않는)위협 때문이었다.
제안을 받던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 7년 전에 했었던 '바람이분다'의 공연 테이프를 찾아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 있던, 정태춘과 박은옥과 노찾사와 그리고 윤도현과 크라잉넛과 김제동을 보았다. 명계남과 문성근도 모두가 웃는 얼굴로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노래하고 소리 지르는 것을 보았다. 물론 노천극장을 가득채운 노란풍선과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들도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망설여졌다. '과연 이 공연을 해야 하는 것일까?'
연출을 결심한 것은 스치듯 음향콘솔을 비추던 중계 카메라가 내 모습을 잠시 비추었을 때였다. 웃고 있는, 뭔가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며, 신나 죽겠다며 음향감독의 등을 두드리는 나를 보았을 때였다. 기억해 보니 그날의 공연도 이번만큼 어려운 공연이었다. 대선 직전, 선거법 위반의 구체적인 위협과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데에 따른 출연진 확보의 어려움,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용과 아무런 홍보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웃고 있었다. 그렇게 밝게 웃을 수 없었다.
고백컨대 공연을 연출한 연출가의 입장에서 '다시 바람이 분다' 공연은, '다시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하는 공연이었다. 결국 공연을 하기로 결심했던 것이 대단한 의미나 절절한 추모에 뜻을 두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다시 웃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었다는 말이다.
거창한 무엇을 이야기 하지 못해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 가수들과, 수많은 관객들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 돌아가신 '그'를 위해서라고, 그래 민주주의나 아니 포기 할 수 없는 가치 때문이라 고백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다.
오로지 7년전 그 날처럼, 제대로 웃고 희망을 생각하고 미래를 낙관하기 바라는 마음, 그 마음 때문에 나는 공연을 연출했다.
눈물을 멈추기 위해서는 웃어야한다.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기뻐해야한다. 절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오로지 희망을 찾아야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그를 살리기 위해, 또 다른 그를 만들어 내고 우리가 모두 그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 그만 그를 보내야주어야 한다. 보내야만 하는 그를 가능하면 멋지게 보내주고 싶었다. 후회 없이, 뜨겁게, 눈물나고 신명나게, 그리고 절절하게 보내주고 싶었다. 공연이 한없이 길어지고, 공연의 내용이 슬픔에서 기쁨까지, 눈물에서 웃음까지를 담아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제 나는 그를 보낸다. 눈물나게 아름답던 그를 보낸다. 다시는 생각도 안하고 다시는 쳐다도 안보겠다. 꿈에서도 보지 않겠다.
이젠 내가 노무현이다.
아니 우리 모두가 노무현이다.
잘 가라 나의 대통령.
주> 그날의 감동을 다시 느끼시려면, 오늘 밤 여의도공원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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