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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이 반드시 넘어야 하는 4개의 장벽

연예IN 연예人 | 2009.05.16 06:45 | Posted by 소셜미디어의 촌철살인마 독설닷컴

대중문화의 두 축은 ‘웃음’과 ‘울음’이다. 사람들은 웃기 위해, 혹은 울기 위해 대중문화를 접한다. 이 둘을 묶어서 ‘재미’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크게는 두 축이다. 그러나 ‘웃음’은 ‘울음’보다 아우라가 작다. 그리고 울음의 시효는 길지만, 웃음의 시효는 짧다. 그래서 웃기는 자의 삶은 슬프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가수는 히트곡 몇 곡만 있으면, 아니 히트곡 한 곡만 있어도 평생을 먹고살 수 있다. 배우는 히트 영화나 히트 드라마 몇 편만 있으면 몇 년은 먹고살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바탕으로 CF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코미디언의 삶은 다르다. 그들은 그때뿐이다. CF 계약이 체결되어 촬영할 무렵이 되면 이미 식상한 캐릭터가 되어있기 일쑤다.



그럼에도 코미디언은 밤새워 아이디어를 짜낸다. 결국 자신에게 돌아올 답이 ‘식상하다’라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들은 왜 불을 찾아 헤매는 불나방처럼 예고된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까? 개그, 그 너머에는 과연 무엇이 있기에. 이 질문을 던지고 네 개의 답을 구해보았다. 개그맨은 이 4개의 장벽을 극복해야 진정한 개그맨이 될 수 있다.

하나는 ‘풍자’다. 우리 시대 어릿광대들의 운명이 슬퍼진 것은 ‘풍자’의 전통을 잃었기 때문이다. 진보정부 10년을 거쳤지만 고 김형곤씨의 ‘탱자 가라사대’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같은 풍자 개그가 나오지 않고 있다. 풍자는 코미디언이 시청자들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코드다. 그런데 지금 개그 프로그램은 이 코드를 잃어버렸다. 지난 정부 10년 동안 코미디언들은 ‘풍자’ 대신 정치인 성대모사를 택했다. 그들의 외형만 따라하며 히히덕거렸지만, 내밀한 속셈을 간파하고 비틀지 못했다. 그리고 강자 대신 약자를 택했다. 연변 총각, 추녀, 청소부, 트랜스젠더, 살짝 노망난 할머니 등등 <개그콘서트>만 보더라도 주요 캐릭터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이 웃음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풍자의 전통을 잃어버린 코미디언들을 기다리고 있는, 언덕 너머의 것은 바로 ‘낭떠러지’다. 코미디언들에게 ‘추락’은 인기의 전리품처럼 따라붙는다. 그들은 정점에서 비극을 맞이한다. 자신의 코너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을 무렵 ‘식상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뭔가 이뤘다는 느낌이 들 무렵 서서히 추락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코미디언들은 자신이 쌓은 성을 스스로 허물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그 성에 안주하면 도태될 뿐이다. 한때 <개그콘서트>를 호령했던 심현섭이 혹은 박준형이 그렇게 추락했다. 못생긴 소나무가 숲을 지키듯, 오히려 웃기는 캐릭터보다 웃음의 도구가 되는 캐릭터가 롱런하는 역설도 나타난다.

언덕 너머의 것, 세 번째는 ‘MC’다. 개그의 시효를 알기에 제법 뜬 코미디언들은 탈출구를 찾는다. 그 중 가장 밝은 탈출구는 바로 쇼․오락 프로그램의 MC 자리다.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정형돈… 그들처럼 코미디언들도 MC로서 안정적인 방송 활동을 하기 원한다. MC는 그들에게 중요한 탄착점이다. 이런 경향은 개그 프로그램이 콩트에서 스탠딩 개그로 바뀌면서 더욱 심해졌다.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가는 콩트는 그나마 유효기간이 길다. 라이브 무대에서 펼쳐지는 스탠딩 개그는 6개월만 넘어도 장수코너에 속할 정도로 유효기간이 짧다. 그 짧은 유통기간에 헉헉거리고 쫓아가 봤자, 돌아오는 답은 ‘식상하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런 개그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답이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마지막 언덕 너머의 것, ‘감동’이다. 감동을 통해 시청자들은 코미디언을 포용한다. 이제 웃기고 안 웃기고는 둘째 문제다. 시청자들은 정이 든 코미디언을 무대에서 내려보내고 싶지 않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개그콘서트>의 장수코너 ‘달인’이 아닐까 싶다. 김병만의 휴먼스토리에 감동받은 많은 시청자들은 이제 다른 코너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식상한데, 아니 식상해야 하는데 식상하지 않다고 마음을 추스르는 ‘정(情)의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형 개그, <개그콘서트>가 도달한 미증유의 경지가 아닐까 싶다. <개그콘서트>보다 호흡이 빨랐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추격에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청자들은 ‘달인’의 공동 제작자가 되었다. 김병만이 웃기지 못하면 시청자들은 ‘달인’이 다시 웃기는 코너가 될 수 있도록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드디어 웃음에도 ‘스테디셀러’가 등장한 것이다. 이렇게 간다면 김병만은 16년 동안 ‘달인’ 코너만 한 ‘아이템’의 달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기대해본다.


주> 이 글은 Tvian(http://tvian.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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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nowall 2009.05.16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풍자 개그는 참 그립네요

  2. 마방진 2009.05.16 14: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 개그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것도 적은것도 아닌 보통인데 그래도 삶에 나이들수록 꼭 필요한것이 웃음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개그방송을 보면서 어느 정도 인기상승 하다가 한번 사라진 개그맨들 중엔 아예 사라지는 경우도 보면서 참 어려운 세계라는 생각이 들던데 달인은 무궁무진한 테마네요. 장수하겠어요.

  3. 도시랍 2009.05.16 15: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90년대 방송관련 대학학과가 많이 개설되었습니다. 당연히 인력이 배출되겠죠.
    인력풀이 크게 늘었다는점이 확인됩니다. 애초에 개그분야는 진입장벽이 매우 낮습니다. 웃길수 있으면 되니까요.

    재밌는점은 얼짱 몸짱 개그맨들이 최근에 많이 등장했다는겁니다. 이들이 개그로 먹고살심산인지 다른 무대를 가기위한 인지도를 높힐 발판으로 삼던지간에 중요한건
    이들의 존재가 개그에서 현실을 반영하는데 있어서의 수월성을 가져다 주었다는데
    있습니다.

  4. nato74 2009.05.16 2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의 코미디를 보고있다보면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진한 캐릭터와 특이한 외모, 유행어 등으로 순식간에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는 곧바로 추락하고 코미디언의 위치를 단순히 좀더 높은 자리 예를 들어 가수나 텔런트로 가는 발판으로 생각하고 뛰어드는 것은 코미디를 좋아하는 팬으로서는 아쉽기만합니다.
    이상적인 코미디가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질적이나 양적이나 과거에 비해 오히려 떨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드는군요.

  5. ph119 2009.05.17 0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뿌레땅뿌르국...나름 재밌는 풍자개그인데..

  6. beholder 2009.09.07 15: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6년 개그 달인". 한 번쯤 보고 싶은 경지군요.
    '사회적 약자'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어찌 보면 '비겁한' 개그에 대한 적절한 지적, 잘 보았습니다.

  7. 김희정 2011.03.02 2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퍼갑니다http://cafe.daum.net/songjoong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