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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대학 교지,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항상 위기인 한국의 대학/위기의 대학언론 | 2009.02.05 04:12 | Posted by 소셜미디어의 촌철살인마 독설닷컴


'독설닷컴'에서는
'항상 위기인 한국의 대학'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중 '위기의 대학언론'을 살피고 있는데,
최근에는 교지 문제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정승균 전 가톨릭대 교지편집장이
대학교지의 위기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글을 보내왔습니다.

조만간 '민언련' 등의 협조를 구해
'위기의 대학언론'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한번 기획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학교지의 위기, 무엇을 해야 할까



정승균 / 전 가톨릭대 성심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



대학에서 교지를 만들면서 느낄 수 있던 즐거움이 참 많았습니다. 그 중 다른 학교의 교지들을 받아보는 것도 큰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대부분의 교지들이 이렇게 교지가 나오면 다른 대학에 교지를 보낸답니다. 물론 자금사정이 좋지 못한 교지들은 소포비 부담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국적으로 교지의 수가 꽤나 많았기에 교지를 포장하고 아래층에 우체국까지 옮기는 것도 꽤나 귀찮은 일이었습니다(특이하게도 교지편집실이 강의동 2층에 있었고, 우체국은 1층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소포를 보낸뒤에 얼마가 지나면 되돌아오는 교지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교지편집실이 문을 닫은 게지요. '아, 이렇게 하나 또 없어지는 구나'하며 타학교 편집실 주소를 지워나갈 때면 씁쓸한 마음과 함께, '교지의 위기'라는 인식을 다시금 하기 마련입니다. 성심교지도 심각한 위기가 있었죠. 2003년 말 교지인들이 하나둘 떠나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고, 폐간이 될 뻔 했습니다. 다행히 그 즈음 군에서 제대한 선배가 교지를 지켰고, 혼자서(!) 특별호인 새내기호를 만들었습니다. 저와 제 동기는 그 새내기호를 보고 교지에 들어갔고, 이후로 그럭저럭 인원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교지도 학생운동이 대학내에서 주도권을 잃어가던 90년대 말부터 점점 어려워졌다고 봅니다. 당시 비운동권이라는게 생기고, 교지도 탈정치화해야 한다는 미명아래, 소위 말하는 '대중적'인 언론이 되라고 비판을 많이 받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교지들이 '대학생들이 읽을 만하다는 것을 써야한다'는 주장 아래, 취업이나 문화, 공연 등을 다뤄, 잡지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지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나타났느나 하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대중화'된 교지들도 학생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탈정치화를 주장했던 분들의 논리에 따라서 생각해봐도, 자본력이나 기자의 전문성이 앞서는 주류언론의 대학주간지들과 교지가 경쟁이 될 수 있겠습니까. 성심교지도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비슷한 의미로 좀 더 읽기 쉬운 교지가 되었었는데, 그 결과는 역시나 예전보다 나을 것이 없었고, '대학언론'으로서의 정체성도 점차 잃어가 앞서 말했던 폐간될 뻔한 상황까지 갔었습니다.



교지는 교지다워야 교지다

역시 교지는 '교지다워야' 하는 것 같습니다. 대학언론, 특히 교지는 학생들이 내는 교지발행비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이는 교지가 주류언론과는 달리 자본이나 정치권력에 자유로울 수 있고, 학교에서 지원을 받는 학보와는 달리 학교당국에게도 자유로울 수 있는 편집권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제정적인 독립이 교지를 권력과 자본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학교당국의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것이 '교지다운' 교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지는 그 독자층이 정해져 있고, 배포되는 지역이 정해져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역언론의 범주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주류언론과 다른 독립적인 운영으로 하나의 대안언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해서 과거 80년대 교지처럼 학생운동이론을 담는 딱딱하기만 한 학생운동의 학습지가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바로 대학생의 시선으로, 대학인의 삶과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대학생의 특권이 사라진 지금, 등록금을 비롯하여 교육의 위기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멀어보이기만 했지만 지금은 부딪쳐야만 하는 비정규직과 노동의 유연화에 대한 이야기들, 이땅을 사는 사람 누구라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문제들, 하숙·고시원 등 주거권 문제 등 사회 전반의 문제가 결코 대학이라는 사회와 떨어질 수 없음을 보이고, 이에 대한 대학인의 대안을 담아가야 합니다.


물론 교지가 무거운(?) 내용을 담고있다고 해서 담는 글조차 무거워질 필요는 없습니다. 과거의 교지들처럼 딱딱한 문체에서 벗어나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것에 편집인들의 노력이 해야할 것이고, 글보다 좀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는 사진의 비율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또한 보다 쉽게 읽히기 위한 디자인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읽기 쉽다는 이유로 글이 짧아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글의 경우에 어떤 문제에 대한 보도에만 치중한다거나, 인터뷰시에 그 인터뷰 내용만 넣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교지의 특성상 한학기에 한두권이 발행되는데, 이는 교지가 기타 주간지나, 일보에 비해 시의성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교지에 실리는 글은 어떤 사건의 단순보도보다는 그 사건을 분석하고 풀어내는 역할을 가져야 합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언론의 경우에도, 일보보다는 주간지가, 주간지보다는 월간지가 글이 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편집장 중압감에 1년 만에 군대로 도망쳤지만...

이런 교지의 정체성 부분이나,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서 가장 큰 위협은 교지를 운영하는 것 자체인 것 같습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학생운동이 무너지고, 대학생에 대한 사회적 위치가 변함에 따라서 대학내 공동체들은 존립자체가 위태위태 합니다. 대학졸업이 예전처럼 취업의 안정망이 되지 못하자, 학생들이 학내 활동에 쉽게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많은 동아리들이 하나 둘 동아리원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일부 종교동아리나 취업,투자관련 동아리들만이 살아남고 있습니다. 학내 언론사들 중에서도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영자신문사에 많은 인원이 몰리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교지는 다른 동아리에 비해 뺏기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보니, 편집위원들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마련입니다. 일주일에 두번씩 편집회의하고, 따로 세미나 해야하고, 취재도 다녀야 하고. 거기에 마감을 앞두고 글쓰는 스트레스까지. 더불어 자치언론이라 다른 학내언론에 비해 지원도 적은 편이구요. 그래서 한해동안 수습들이 몇명 들어와도 일년쯤 하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적은 인원으로 운영하기 마련이고, 인원이 없다고 해서 교지의 양을 줄이거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없기 때문에 구성원 한명 한명에게 지워지는 일도 많아지고, 교지를 발간해서 수습들이 들어와도 앞서 고생한 친구들이 지쳐서 나가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언제나 어렵기 마련입니다. 교지운영상 3학년 정도가 편집장을 맡는게 가장 이상적이기 마련인데, 사람이 없다보니 2학년 중에 나름 교지에 애착이 많은 친구나 의지를 가진 친구가 편집장을 하게 되고 이 친구들이 많은 일을 떠맡다보니 일년도 안되서 대부분 지쳐 도망치듯 떠나곤 합니다. 저도 2학년때 편집장을 맡았고, 1년만에 군대로 도망친 과거가 있습니다.


대학 교지의 위기는 '88만원 세대'의 또 다른 자화상

2008년 5월 즈음에 교지를 함께 만들었던 동기를 만났습니다. 학교앞에서 만났기에 교지를 한권만 챙겨서 나와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교지를 보려고 하니, 실망할 거라고 얘기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마냥 고마웠습니다. 내용이 실망스럽다 하더라도 이 학교에서 교지를 '유지'하는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지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교지는 대학마다 그 위기가 조금씩 달리 나타납니다. 가톨릭대의 경우 교지발행비가 학생회비와 함께 등록금에서 일괄적으로 걷어져, 제정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언론자체가 뿌리를 내리기 힘든 학교였습니다. 제가 2006년에 군대에 갈때까지 '대학내일' 조차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곳이었고, 학교 창업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웹진도 학생들에게 냉대를 받던 곳입니다. '가좋사(가톨릭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라는 포털사이트 클럽이 가장 큰 커뮤니티일 정도로 학생들간의 소통할 공간도 없던 곳입니다.


이 이면에는 대학공동체의 붕괴로 개별화되어 오로지 자신의 미래만을 볼 수 밖에 없게된, 88만원 세대의 자화상인 우리가 있습니다. 이 위기에 대처할만한 확실한 답은, 명확한 대안은 솔직히 아직 모르겠습니다. 제가 교지로 돌아가 고민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앞에서 말한 대안언론이 될 수 있는 교지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실제로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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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으음 2009.02.05 23: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 대학 교지 출신이고 지금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로서도 이 글에 많은 공감이 갑니다. 후배들을 볼 때마다 우리 때보다 점점 힘들어지는 것만 같아 몹시 안타깝습니다. 교지는 신문사와는 또 다른 방향의 고민을 할 수 있는 매체였는데 자본주의만이 지배하는 요즘 대학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만큼이나 교지의 위기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언론고시에 써먹기 어렵다'거나 '이력서에 써도 큰 메리트가 되지 않는다'라는 것도 교지 위기의 주된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2. 마리앙또넷 2009.02.06 2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좋은글 보고 갑니다. 많이 망설이다가 댓글을 달게 됩니다.
    비단 교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교지 뿐만 아닌 학보 역시 상당한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대학에서 교지를 없애고 형식적인 학보만 유지하는 대학이 상당수입니다.
    본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 예산상의 이유로 학보에 대한 압력을 가하거나 편집권을 뺏거나 하는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이러한 대학 본부의 학보 통제가 현 정부의 언론, 방송통제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간혹합니다.



    PS. 대학 현황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요즘 진행 중인 사립대학의 '재단정상화' 과정도 관심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3. Favicon of http://boimi.net BlogIcon 달님  2009.02.10 1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교 다니던 시절...
    교지의 "잡지화"가 막 시작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대학내일 따위의 예쁜이 표지모델(마치 하이틴 스타들이 표지모델하던 주니어 등과 같은 느낌이었죠)이 흥행에 성공하자...
    교지도 마치 잡지처럼 좀더 감각있게 변해갔습니다.
    하지만 자본과 "자본스럽게" 경쟁하는데는 한계가 있는법...
    교지는 교지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더군요.
    이 글에 절대 공감합니다.
    글이 무거울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용마저 가벼워진다면 계속 외면당할 것입니다.
    요즘(?) 세대들이 즐겁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세대라 하지만 교지가 왜 존재하는지를 더 고민해야겠지요.
    (물론 이 얘기는 교지 자체에 대한 얘기입니다. 대학내 구조적인 문제도 물론 큽니다.)

  4. 슬랄라 2009.07.19 21: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지방대 신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서 관심있게 읽어봤는데 정작 해결책은 없이 현황만 핥아보는 식이네요 제목이 잘못달린거아닌가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