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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에 오른 박근형 연출가는 이렇게 당했다

달콤 살벌한 독설 | 2017.01.10 15:47 | Posted by 소셜미디어의 촌철살인마 독설닷컴

박근혜 정부의 검열은 3단계 과정을 거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논란입니다.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것은 그 리스트에 따른 검열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그렇다면 검열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요? 일정한 단계를 거칩니다. 연극연출가 박근형씨에게 가해진 검열을 보면 그들의 검열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검열은 3단계를 거칩니다. ‘낙인 찍기 => 시비 걸기 => 아몰랑’ 이 세 가지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이 사람 이상하다’며 나인 찍기를 하고 그 다음에는 ‘이것 봐 이 사람 작품은 역시 이상하다니까’라며 시비 걸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몰라 이 사람 작품은 무조건 안 돼’라며 묻지마 검열을 합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연극연출가 박근형 선생에 대한 검열입니다. ‘2016 권리장전_검열각하’ 페스티벌은 검열에 대한 연극제인데, 여기 출품한 김재엽 연출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이 박근형 연출가에게 가해진 검열을 분석한 작품입니다. 이 연극에 검열의 3단계 과정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검열언어의 정치학…>은 박근형 연출가에게 검열이 가해지는 과정에서 어떻게 검열의 2차 가해가 일어나는지를 살핍니다. 문화예술위원회처럼 지원기관이 검열기관이 될 때, 보수 정치인과 수구 언론이 이를 두둔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치 성폭력/성희롱 피해자가 당하는 2차 가해와 비슷합니다. ‘그 사람이 그러고 다니니까 그런 일을 당하지’ 하는 논리입니다.

 

김재엽 연출가는 검열의 언어를 분석해 검열을 재구성했습니다. 부당한 권력에 대한 비판을 국가에 대한 비난이라 하고, 작품이 보편성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로 자신들의 편향성을 구현하고, 예술은 정치적이지 않아야 한다며 정치성을 드러내고, 이런 공연을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을 바람직하지 않은 국민으로 매도한다는 것입니다. 대략 이런 과정입니다.

 

1) 낙인 찍기 : <개구리>에서는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김재엽 연출가는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 검열의 최대 피해자인 박근형 연출가에게 가해진 검열을 차분히 복기합니다. 박 연출가는 박근혜 정부 들어 세 번이나 검열을 당했습니다. 맨 처음은 2013년 국립극단과 함께 공연한 <개구리>였습니다. 이 공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시하는 인물이 국정원 댓글 공작을 두둔하는 듯한 대사를 했습니다.

 

“우리 딸애 작년에 기말시험 본 거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커닝했다, 점수 조작했다 아주 염병을 떨어요. 그걸 가지고 무슨 시험을 다시 보자, 퇴학시키자. 아유 이놈들 부모 없이 혼자 산다고, 옛날 같으면 그냥 탱크로 확!”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개구리>에 대한 비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어떻게 민간극단도 아닌 국립극단에서 이런 공연을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정적으로 묘사해서 편파적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당시 국립극단 손진책 예술감독은 “이런 연극을 현재 상황에서 국립극단이 만들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한국 사회가 건강하다는 방증”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이때 검열의 주체는 ‘보수언론(중앙일보)’였습니다.

 

2) 시비 걸기 : ‘박근형 작품은 역시 이상해!’

 

권력은 박근형 연출가를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간부들이 창작산실 우수예술지원사업 선정에서 그가 연출하는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탈락시켜달라고 심사위원들에게 요청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이를 거부하자 간부들이 박 연출가를 찾아가 포기를 종용했습니다. 군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박 연출가는 작품을 철회했습니다. 일종의 시비 걸기인 것입니다.

 

3) 아몰랑 : ‘박근형이니까, 안 돼!’

 

박 연출가에 대한 마지막 검열은 2015년 10월 국립국악원에서 발생했습니다. 박근형 연출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연 <소월산천>이 국립국악원 ‘금요공감’ 프로그램으로 공연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용호성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이 이 작품을 제외시켰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연 장소 풍류사랑방의 극장 시설이 연극 공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인들은 박 연출가에 대한 탄압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때는 공연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제기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개구리>에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거쳐 <소월산천>에 이르는 동안 검열의 논리가 조금씩 바뀐다는 것입니다. <개구리>에서는 ‘국립극단이 이런 논쟁적인 작품을 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며 논란을 일으키는 식이었습니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군인이 불쌍하다는 식의 공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과잉 해석을 바탕으로 제외되었습니다. <소월산천>에서는 내용과 상관없이 단지 박근형 연출의 작품이기 때문에 배제되었습니다.

 

4) 다행히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움으로 박근형 연출가는 부활하게 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연거푸 검열을 당하기 전까지 박근형 연출가는 대학로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견 연출가였습니다. 그러나 검열의 칼날이 집중되자 연극계의 ‘기피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작업을 하면 정부 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나마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지난 3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되었고 <소월산천> 역시 서울시가 운영하는 플랫폼창동61에서 6월4일과 5일 무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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