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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고재열 기자입니다. 이메일 gosisain@gmail.com 트위터 twitter.com/dogsul 페이스북(페이지) facebook.com/kojaeyoul 페이스북 페이지는 facebook.com/kojaeyoul '믿지마 연애상담' https://story.kakao.com/ch/dogsuldotcom/app 독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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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 규슈 가실 분들을 위한 규슈의 맛과 길에 대한 정보

취향의 발견 | 2014.01.02 11:02 | Posted by 소셜미디어의 촌철살인마 독설닷컴


지인이 2박3일 겨울여행 갈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규슈를 추천해 주었더니... 

후쿠시마 원전 때문에 일본은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규슈는 웬만한 한국보다 더 멀다고 했더니 안 믿더군요. 


직접 사이트를 찾아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서울(1240km) 강릉(1072km) 부산(1097km)

후쿠오카(1047km) 가고시마(1153km) 나가사키(1134km)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와의 거리를 계산해주는 사이트

http://www.benricho.org/map_straightdistance/


유홍준 교수님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 일본편>에서 규슈를 맨먼저 다루셨던데, 한국문화의 전래 통로가 되고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는 입구였던 규슈는 흥미로운 곳입니다. 저도 계속 관심을 갖고 가보려고 하는 곳입니다. 올 겨울에 규슈 가시는 분들을 위해서 규슈음식에 대한 책과 규슈올레에 대한 소개글을 올립니다. 





1) 규슈의 음식 -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가장 인문학적인 음식평론가로 꼽히는 맛 칼럼니스트 박상현이 쓰고 음식 전문 출판사 따비가 냈다. 그리고 10년 동안 규슈를 60여 차례 방문해서 취재한 것을 담았다. 음식으로 치면 최고 실력의 주방장이 최고의 재료를 가지고 최고의 맛을 냈다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규슈의 맛이 그려진다.


일본 전체 인구의 10%밖에 살지 않지만 일본 농림수산부가 전문가 심사로 선정한 ‘향토요리 100선’에 31개가 들어가고 일반인 심사에서 상위 10위 안에 드는 음식 중에서 6개나 있는 규슈는 일본의 대표적인 맛의 고장이다. ‘프로가 선택한 일본 료칸 100선’의 요리 부문에서 29년 동안 1위를 차지한 ‘슈스이엔’ 료칸도 규슈에 있다.


맛 칼럼니스트로서 저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맛의 맥락이다. 음식의 전후좌우를 살펴 왜 그 맛이 날 수밖에 없는지를 해설한다. 저자가 규슈를 60여 차례나 방문하며 ‘규슈의 맛’에 탐닉하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리 음식에 대해 알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우리 음식을 제대로 알려면 우리 근대 음식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그 근대 음식을 되짚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음식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했다. 그래서 일본 음식을 먼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일본 음식 중에서도 규슈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부산 출신이다 보니 음식 문화의 전래와 전파에 관심이 많았다. 부산은 개항과 한국전쟁으로 음식 문화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규슈는 일본의 관문이다. 중국 문화와 서양 문화가 규슈를 통해 유입되면서 중국 음식과 서양 음식도 일본에 전해졌다. 그 전파 과정과 확산 과정이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





일본 음식을 알려면 규슈 음식을 알아야


저자는 외래 음식을 받아들인 규슈의 옛 요리사들에게서 공통된 원칙을 한 가지 발견했다. 바로 화혼양재(일본의 정신을 바탕으로 서양의 기술을 받아들인다)의 정신이다. 영국 커틀릿을 바탕으로 돈가스를 만들고 인도 마샬라로 카레를 만들었지만 일본인의 주식인 밥과 함께 먹기 좋게 개량했다는 것이다. 외래 음식을 들여오더라도 ‘밥을 잘 먹기 위한 방법’으로 수용했다.


밥과 관련해 저자는 뼈아픈 지적을 한다. 일본인에게 밥은 여전히 밥상의 주인공이지만 우리의 밥상에서는 밥이 이미 조연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은 어느 음식점에 가더라도 바로 한 밥을 정성스럽게 도자기 그릇에 퍼서 준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당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 보온통에 보관하던 것을 준다. 일본 식당의 밥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장인정신이라면 우리 식당의 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편의주의다”라고 꼬집었다.


일본인들이 최고의 요리로 꼽는 것은 바로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다. 가이세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어떻게 계절을 담아내느냐이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지역 음식을 개발할 때 가이세키 요리처럼 그 지역에서 난 제철 재료로 그 계절을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규슈는 남부의 해안 지방은 제주도와 날씨가 비슷하고 북동부의 산악 지역은 강원도와 지형이 유사하며 서해안은 우리나라 서해안처럼 갯벌이 발달해 있어 다양한 음식 문화가 존재한다. 우동·소바 등 일본 전통 음식 중 규슈에서 발원한 음식이 상당히 많다. 규슈 음식에 대한 지식은 곧바로 일본 음식 전체에 대한 지식으로 확장된다.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는 그 자체로 일본 음식에 대한 입문서다.


규슈 음식에 대한 저자의 탐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자는 “우리 음식과 관련해 규슈 음식을 살피면서 이번에 하지 못한 이야기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아지노모도 등 일본의 조미료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술 사케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뺐다. 다음에 우리 음식 문화와 비교해서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규슈가 제주올레를 수입한 이유


규슈올레 4코스 답사를 모두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제주올레 7코스의 올레지기인 김미선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15년 만에 규슈에 다시 왔다. 15년 전에 제주도 농민들과 함께 감귤농사 연수를 왔는데 설움을 많이 당했다. 감귤가지를 꺾어가고 농사기술을 훔친다며 우리를 10m씩 떨어져서 걷게 했다. 그렇게 해서 한라봉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랬던 규슈에 다시 제주올레를 전수하기 위해 오다니, 정말 감개무량하다.”


제주올레가 일본에 수출되었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우리의 도에 상응하는 현이 7개나 있는 규슈 섬이 제주올레를 공식 수입했다. 제주올레와 공식 계약을 맺은 규슈 관광추진기구는 1차로 4개 코스(사가 현·오이타 현·구마모토 현·가고시마 현)를 올해 3월 오픈했다. 간세 표지판과 나무 화살표, 리본 등 제주올레의 표식도 그대로 들여왔다. 단지 리본 색깔 중 귤을 의미하는 주황색을 일본 신사의 토리 색깔인 다홍색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제주올레재단은 규슈올레를 조성하며 깐깐한 시어머니처럼 훈수했다. ‘길은 내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라는 올레 정신을 들려주며 함께 숨은 옛길을 찾았고, 자연경관이 좋은 곳만을 골라서 걷지 않고 농촌 풍경 등을 두루 보면서 걸으며 소통해야 한다며 규슈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길을 골랐다.


일본 본토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규슈 섬 주민들은 예로부터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네덜란드와 교류한 나가사키 항구도 이곳에 있고 메이지유신의 주역 중에도 규슈 출신이 많다. 이들이 세계적인 트레일 유행에 동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냥 길을 내면 될 것을 왜 굳이 제주올레를 수입했을까? 규슈 관광추진기구의 간부는 그 이유를 “한국 사람들에게 ‘제주올레’ 그 말 한마디가 어떤 의미인지를 안다. 따라서 규슈올레라고 이름 지으면 규슈에 좋은 길이 있다는 것을 한국 사람들이 바로 연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임진왜란 중 포로로 잡혀온 조선 도공들에게 최고 대우를 하며 사쓰마 도자기 신화를 일군 이래 400년 만의 일이었다.


조선 막사발과 같은 자연스러운 길 내기를 지향하는 제주올레를 규슈가 수입한 이유는 바로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함이었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길 나눔’을 예상했다. 먼저 한국 관광객이 규슈올레의 마중물이 되어 자리를 잡게 하겠지만 자연스럽게 일본 관광객도 찾아오고 그들이 또 제주올레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규슈올레는 원조인 제주올레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일단 가장 큰 장점은 온천이 많다는 것이다. 규슈 섬은 일본에서 온천이 밀집된 곳 중 하나로 벳푸·유후인 등 명소가 많다. 온천과 연계된 전통 료칸(여관) 역시 많아서 전통을 체험하기도 좋다. 규슈올레 코스의 끝 지점은 주로 온천이 있는 곳으로 잡았는데, 걷기와 온천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배려했다. 단점은 섬이 커서 코스 사이를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보통 3~4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제주도에 비해 자연경관이 다채롭다는 것은 규슈올레의 장점이었다. 사가 현 다케오 코스는 전형적인 일본의 전원도시와 전원 풍광을 보여주었다. 제주올레에 비해 길 표시가 서툴렀지만 꼼꼼한 일본인들이 금방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코스별 자세한 설명이다.





 사가 현-다케오 코스(14.5㎞)


규슈올레 4개 코스 중에서 사가 현 다케오 코스는 가장 일본적인 코스라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일본 전원도시 풍경과 일본식 저수지, 일본식 절, 그리고 일본식 산행로를 경험할 수 있다. 규슈올레 4개 코스 중에서 제주올레와의 차이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다케오 코스는 후쿠오카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다케오 역에서 시작한다. 제주올레 상징인 간세 표지판이 올레꾼들을 맞이했다. 철도가 발달한 일본은 역에서 파는 도시락인 ‘에키벤’이 유명한데 다케오 역은 특히 맛있는 에키벤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중간에 먹을 점심으로 사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도심을 지나 시와이와 운동공원 뒷산에서 본격적인 산책로가 시작되는데 높고 굵은 대나무들이 올레꾼들을 반긴다. 대나무가 어른 허벅지만큼 굵다. 다케오 시 전경이 보이는 야노우라 고분까지 이르는 이 산책로는 그동안 방치되었던 것을 규슈올레 조성팀이 발견해 올레길로 사용했다. 야노우라 고분에서는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토토로 모양 산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이 미후네야마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기묘지’라는 일본 전통 사찰이 나오는데 교사 생활을 하다 가업으로 절을 물려받은 주지 스님이 올레꾼들에게 차를 내준다. 이 절에서는 일본인이 가묘로 쓰는 납골탑을 볼 수 있다. 지장보살 등 돌부처가 많은데 옷을 입히거나 모자를 씌운 것이 많아서 이채롭다. 아이를 잃은 엄마들이 아이의 영혼을 달래주려 동자승을 세워두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산을 내려오면 전원주택 단지가 나와 집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통 일본식 기와집부터 최근 유행하는 ‘땅콩집(한 필지에 두 세대용으로 지은 집)’까지 형태가 다양하다. 빨래 널린 것부터 무말랭이 말리는 것까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관개수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마을을 벗어나면 관개수로의 수원지 구실을 하는 커다란 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에 나무와 숲이 비쳐 아름답다. 한국 같았으면 가든(음식점)과 파크(모텔)가 있을 법한 자리에 집과 공공시설이 있어서 평화로운 풍경이다. 저수지 옆에 온천이 나오는 곳에는 체육시설을 만들어 운동 후 온천욕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저수지를 지나면 A코스와 B코스로 나뉘는데 조금 힘들더라도 A코스를 권하고 싶다. 기가 막힌 일본 전통 산책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계곡 합수 지점에 둑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었다. 섬처럼 솟은 가운데 언덕에 정자를 만들어 인공 정원 같은 느낌이다. 이후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려야 해서 조금 험하기는 하다.


다시 시내를 지나 다케오 신사를 지난다. 이곳에는 수령이 3000년 이상 된 신령스러운 녹나무 ‘다케오노오쿠스’가 있다. 다케오 신사에서 녹나무까지는 왼쪽에는 삼나무 숲이, 오른쪽에는 대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어서 마치 녹나무가 이들을 다스리는 느낌이다. 또 다른 3000년 이상 된 녹나무 ‘가와고노오쿠스’도 직접 만질 수 있다.


다케오 코스는 사쿠라야마 공원을 거쳐 다케오 온천의 입구 대문인 로몬에서 마무리된다. 돌부처 88개가 산 이곳저곳에 숨어 있는 사쿠라야마 공원은 돌부처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로몬은 도쿄 역을 설계한 다쓰나 긴코가 설계한 것으로 일본의 중요문화재다. 다케오 온천은 일본 ‘전통 공중목욕탕’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인데, 이곳 특산물인 허브티 ‘레몬그래스’를 마시면서 10엔 하는 찐빵을 먹어보기를 권한다. 숙소는 온천 앞에 ‘교토야’라는 100년 전통의 료칸(여관)이 있다.





 오이타 현-오쿠분고 코스(11.8㎞)


오이타 현 오쿠분고 코스는 규슈올레를 조성한 제주올레 스태프가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길’이라고 칭찬하는 길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산수화 같은 풍경이 재현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산악지형이 많은 오이타 현은 강원도와 비슷한 곳으로 일본 전통 산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삼나무 숲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숲이 시원시원해 보였다. 제주도 ‘사려니 숲길’과 느낌이 비슷한데 조림된 지가 오래되어서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둘 다 분지에 있는 아사 지역과 분고다케타 역을 잇는 코스인 오쿠분고 코스는 주로 들과 산을 지난다. 특히 산 구석구석에 조성해놓은 계단식 논이 인상적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첫 번째 포인트는 영주의 정원이었던 유자쿠 공원이다. 단풍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이 공원은 자연을 변형해 축소해놓는 일본 전통 정원과 달리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곳이다. 조그만 호수 주변으로 언덕에 단풍나무가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어서 ‘가을에 꼭 다시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논길과 숲길을 지나는데 기자가 방문한 것은 2월 하순이었음에도 동백꽃과 홍매화가 벌써 꽃망울을 틔우고 올레꾼들을 반기고 있었다. 오쿠분고 코스의 두 번째 포인트는 거대한 석불이 있는 사찰 후코지이다. 입구에서 마을 주민들이 찻집을 열고 만두와 볶음면을 준비해 손님을 맞았다. 마을의 노인은 몇 년 동안 열지 않았던 찻집인데 올레코스가 본격화되면 다시 열 예정이라고 했다.


세 번째 포인트는 소가와 주상절리다.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검은 바위 위에 풀이 나서 이채로웠다. 비가 많은 계절이 아닌데도 계곡의 유량이 풍부했다. 그래서 소가와 주상절리에서 난공불락의 요새인 오카 산성으로 이어지는 길은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네 번째 포인트인 오카 산성은 절벽 위에 우뚝 솟은 성으로 목조 시설물은 사라졌지만 성채의 견고함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성벽이 높고 두꺼웠다. 산 정상에 지어진 성이라 모양도 기하학적이었다. 이 오카 산성의 이야기를 담은, ‘황성옛터’와 비슷한 노래가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산성 및 국도에 차가 시속 60㎞ 이상으로 지나가면 계곡에 자동으로 이 노래가 울려퍼진다.


오쿠분고 코스의 종착 지점인 분고다케타 역 주변은 보도블록이 인상적이었다. 옛것과 지금 것이 뒤섞여 있어서 과거와 현재를 함께 걷는 느낌이었다. 역 주변에는 다케타 온천과 무료 족탕이 있다. 시작점인 아사 지역 주변이 한적한 데 비해 분고다케타 역 주변에는 기념품 상점을 비롯해 상점들이 제법 많다. 예쁜 수공예품이 많았다. 이곳에서는 특산물인 표고버섯덮밥을 꼭 먹어보길 권한다. 담백하고 씹는 맛이 좋다.





 구마모토 현-이와지마 코스(12.3㎞)


구마모토 현 이와지마 코스는 이번에 조성된 규슈올레 4개 코스 중 가장 역사적 함의가 큰 길이다. 평야 지형에 다도해인 구마모토 현은 전라도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비슷한 역사까지 가지고 있다. 아마쿠사 시에 속한 이와지마는 일본 최대의 농민혁명인 아마쿠사·시마바라의 난이 일어났던 곳이다. 아마쿠사·시마바라의 난을 이끈 ‘소년 장수’ 아마쿠사 시로는 천주교도였는데 그가 자라고 농민봉기를 일으킨 곳이 바로 이곳이다. 막부에 의해 반란이 진압되고 3만6000여 명이 참수당한 이와지마 코스는 천주교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오쿠분고 코스의 정상에 있는 오카 산성 구마모토 현은 구마모토 성이 유명한데 이 성을 축조한 초대 성주가 바로 임진왜란의 선봉장 가토 기요마사이다(구마모토 성의 벚꽃이 유명하다). 우리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왜장이지만 현지에서는 구마모토의 기틀을 다진 능력 있는 성주로 통한다. 아마쿠사 시의 젊은 시장이 답사 온 한국의 기자들에게 거한 저녁을 대접하며 춤을 추면서까지 열정적으로 설명했는데 그날이 마침 삼일절이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시장은 시의 경제 사정이 외환위기 때의 한국처럼 안 좋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이와지마 코스는 일본 어촌 마을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다. 센자키 버스정류장을 지나 아마쿠사 시로가 살았던 동네를 지나는 이와지마 코스의 초반 3분의 1은 다른 코스에 비해 그리 풍광이 아름답지는 않다. 역사적 의미를 지닌 선사시대 고분군을 지난다는 것을 빼고는 우리 서해안 마을의 풍광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인돌 지역인데, 돌널무덤이 여기저기에 있어서 직접 누워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카야마 산 정상에서 360도 조망을 한 뒤로는 달라진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일본 다도해의 풍경을 조우하게 된다. 대나무와 등나무가 뒤섞여 울창한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끝없이 펼쳐진 검은 자갈밭 해변이 나온다. 근처에 집도 상점도 없는 완전 고립된 해변이다. 바다에서 떠밀려온 고목과 쓰레기만이 문명의 흔적을 전하는 이 이름 없는 해변이 올레꾼들의 발걸음을 붙들었다.


이와지마 코스의 묘미는 곳곳의 유자나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 것인지, 혹은 일손이 부족해서인지 유자나무들이 방치되어 수백, 수천 개의 유자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유자나무 과수원과 과수원 사이에는 동백꽃잎이 선운사의 동백꽃과 마찬가지로 눈물처럼 뚝뚝 떨어져 있었다. 이 길은 봄이 제철인 듯싶었다.


일본 열도에서 세 번째로 큰 규슈 섬, 그 규슈 섬에 딸린 아마쿠사 섬, 그리고 그 아마쿠사 섬에 딸린 이와지마 섬은 인근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로 만든 어묵이 유명했다. 마을 주민들이 지친 올레꾼들을 위해 어묵을 들고 나와 맞아주었다. 구마모토 현은 백제 시절부터 교류가 활발한 곳으로 지금도 충청남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 가고시마 현-이부스키 코스(20.4㎞)


이번에 조성된 규슈올레 4개 코스 중에서 가고시마 현 이부스키 코스는 가장 제주올레와 닮은 코스다. 주로 평지를 걷기 때문에 어린이와 노약자도 걸을 수 있고 산과 마을과 들과 바다를 전부 들여다볼 수 있는 코스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사쿠라지마라는 큰 화산이 있는 가고시마 현은 현무암질 토양이라 흙이 검은색이고 흑돼지의 주산지이며 유채꽃이 만발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제주도와 무척 닮았다. 


이부스키 코스는 일본 최남단 역인 니시오야마 역에서 출발한다. 니시오야마 역에서는 역시 일본 최남단 화산인 가이몬다케 산이 뒤로 보이는데, 최남단 역이라고 호들갑을 떨지 않고 소박하게 표식만 남겨놓았다.


이부스키는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던 곳으로 오래전부터 관광지로 개발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되었던 야쿠시마 섬을 비롯해 남쪽 섬들도 멀리 보인다(야쿠시마 섬에 조성된 원시림 트레일도 인기가 있다. 시간이 되면 이곳까지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부스키 코스는 대부분이 해변길을 따라 걷는 길이라 그리 힘들지 않다. 우리나라 해변과 마찬가지로 해변을 따라서 송림도 잘 조성되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중간에 송림 사이로 난 길을 걷기도 한다. 해변길을 걸을 때 나오는 나가사키바나 해변은 검은 모래 해변이다. 이부스키는 검은 모래 찜질이 유명한 곳으로 온천 지역이라 모래 속으로 조금만 파고 들어가 누우면 찜질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부스키 초반 코스는 높이 964m로 완벽한 삼각형 모양의 산인 가이몬다케를 바라보며 걷는다. 가이몬다케는 제주도의 오름을 연상시키는데, 그래서 제주올레팀은 이 산에 ‘왕오름’이라는 별칭을 지어주었다. 가이몬다케 밑의 가와지리 어항을 지난 뒤 산을 휘감고 걷는데, 곧 가이몬 산록향료원(꽃과 향을 파는 가게)이 나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걸을 수 있다.


코스의 마지막은 꽃이 만발한 가이몬 역이다. 시작점인 니시오야마 역처럼 소박한 역으로 유채꽃과 어우러져 한적한 풍광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특히 봄에 좋다. 






규슈올레 가는 길


규슈올레의 장점은 코스마다 특징이 다르다는 것이지만, 그 코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은 단점이다. 규슈는 후쿠오카에서 가고시마까지 종단하는 신칸센이 있기는 하지만 4개 코스(사가 현, 오이타 현, 구마모토 현, 가고시마 현) 중에서 사가 현의 다케오 코스와 가고시마 현의 이부스키 코스를 이동할 때 말고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로 버스로 이동하게 되는데 규슈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같은 간선도로가 발달해 있는 편이 아니어서 이동 시간이 제법 걸린다. 규슈올레가 자리 잡힐 때까지는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쪽을 권한다. 


규슈올레의 장점은 규슈 지역에 온천이 많아 올레길을 걷고 난 뒤 저녁에 온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중 온천부터 료칸(여관)의 온천까지 다양한 온천을 체험할 수 있다. 공중 온천 중에서는 다케오 온천을 추천한다. 일본 ‘전통 공중목욕탕’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인데 이곳 특산물인 허브티 ‘레몬그래스’를 마시면서 10엔짜리 찐빵을 먹어보기를 권한다. 오이타 현 오쿠분코 코스는 벳푸나 유후인 온천지대와 가까워서 한 시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 


온천을 갖춘 전통 료칸 체험도 꼭 해볼 만한데, 규슈의 이부스키 코스 근처에 있는 ‘하쿠스이칸(白水館)’이 가장 유명하다. 65년 전에 이곳에 료칸을 지은 주인 부부는 장수 부부(93·88세)로도 알려져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했을 때에도 묵었던 숙소로 지난해 일본 전문가들이 선정한 ‘일본 인기 료칸 250선’ 중 4개 부문(음식·온천·부대시설·주변 환경)에서 평점 1위에 올랐다. 하쿠스이칸에는 도자기 박물관이 있는데 전시한 도자기는 대부분 사쓰마 도자기(가고시마 현에서 나는 도자기)로 정유재란 때 조선에서 일본으로 끌려간 심당길(沈當吉)의 후손들(15대가 심수관)이 우리 도예기법을 계승·발전시켜 만들었다. 이 도자기를 유럽에 고가에 판매함으로써 일본 메이지유신을 일으킨 주역들이 혁명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참고: 규슈 관광추진기구 http://www.welcomekyushu.or.kr





조선 도공의 혼, 사쓰마 자기


일본 본토 4개 섬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한 규슈의 가고시마 현 남단 ‘하쿠스이칸(白水館)’은 요즘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료칸(일본 전통 숙박업소)으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해 일본 전문가들이 선정한 ‘일본 인기 료칸 250선’ 중 4개 부문(음식·온천·부대시설·주변 환경)에서 평점 1위에 올랐다. 


93세인 아버지와 88세 어머니, 장수 부모님으로부터 이 하쿠스이칸을 물려받은 시모타케하라 다다타가 씨(60)는 원래 미쓰비시 상사의 플랜트 수출 담당이었다. 러시아와 미국 등 해외를 다니며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뛰었다. 그러나 그도 여느 일본인처럼 가업을 물려받았다. 


그런 그가 얼마 전 하쿠스이칸에 도자기 박물관을 만들었다. 전시한 도자기는 대부분 사쓰마 도자기(가고시마 현에서 나는 도자기)인데, 정유재란 때 조선에서 일본으로 끌려간 심당길(沈當吉)의 후손들(15대가 심수관)이 우리 도예기법을 계승·발전시켜 만들어낸 것이다. 


시모타케하라 씨는 “사쓰마 도자기의 특징은 정교하고 화려하다는 것이다. 조선 도자기의 전통만 계승한 것이 아니라 중국 도자기와 서양 도자기의 장점을 흡수하고 일본 회화의 색감도 덧입혔다. 이 도자기를 유럽에 고가에 판매함으로써 일본 메이지유신을 일으킨 주역들이 혁명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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