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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고재열 기자입니다. 이메일 gosisain@gmail.com 트위터 twitter.com/dogsul 페이스북(페이지) facebook.com/kojaeyoul 페이스북 페이지는 facebook.com/kojaeyoul '믿지마 연애상담' https://story.kakao.com/ch/dogsuldotcom/app 독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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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여행하는 가장 멋진 방식, 'GET in JEJU'

취향의 발견/제주 문화이민 | 2012.07.16 04:13 | Posted by 소셜미디어의 촌철살인마 독설닷컴



'게이트플라워즈' 멤버들이 여행객들과 함께 용눈이오름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다. 최고의 힐링여행이다.



6월17일 새벽 2시, 제주시 탑동 흑돼지골목의 어느 고깃집. 경쾌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50여 명이 이리저리 잔을 부딪치며 유쾌한 술자리를 갖고 있다. 밴드 크라잉넛의 기타리스트 한경록씨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밴드 게이트플라워즈와 브로큰발렌타인 멤버들은 돌아가며 개인기를 선보인다. 술자리 분위기는 동창회, 송년회처럼 흥겹다. 


이들은 이날 저녁 공연을 마친 가수와 팬들이었다. 밴드와 팬이 함께 음악여행을 하는 ‘GET in JEJU(Great Escape Tour in JEJU)’에 참여해 여행 코스 중 하나인 ‘겟라이브’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하러 온 것이었다. 숙소인 펜션에 돌아와서도 술자리는 이어졌다. 물을 채우지 않은 수영장 주변에 자리를 펴고 제주의 밤을 즐겼다. 마치 홍대 앞 클럽에서 공연을 마친 인디밴드와 팬들이 공원에서 함께 뒤풀이를 하는 모습 같았다. 


이들이 처음 만난 곳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김영갑갤러리-두모악’ 근처에 있는 ‘곳간 갤러리’였다. 귤 보관 창고를 개조한 이곳에서 밴드 게이트플라워즈가 ‘창고 콘서트’를 열고 <후회> <나뭇잎 사이로> 등 자신들의 대표곡을 어쿠스틱한 음악으로 들려주었다. 넓지 않은 창고 안은 금세 후끈 달아올랐다. ‘동네 나쁜 형들’ 콘셉트로 편하게 슬리퍼를 신고 반바지 차림으로 노래를 부른 이들은 대표곡 <서울발라드>를 <제주발라드>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콘서트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있는 곳이 바로 콘서트장 


'GET in JEJU'의 매력은 다양한 곳에서 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접할 수도 있고 후미진 귤창고에서 즐길 수 있고 음향과 조명이 완벽히 세팅된 무대에서 즐길 수도 있고 뒷풀이 술자리에서도 즐길 수 있다. 각각의 장소에서 당시 상황에 맞는 최적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음악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상황과 사람과 별개로 음악으로만 존재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어울려 제 몫을 하는 것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음악이 메인디시가 되고 디저트가 되고 애피타이저가 되고 반주가 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음악은 역시 현장에서 들어야 제맛이다. 자연이 반주하는 음악은 새로운 상쾌함을 선사한다. '바이바이배드맨'이 오름에 올라 노래하는 모습.



공연을 마치고는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 관람했다. 2005년 사망한 사진가 김영갑씨는 제주에 머무는 20여 년 동안 오름 사진을 주로 찍었다. 다른 사람들이 제주의 매력을 한라산과 해변에서만 찾을 때 그는 오름에 올랐다. 김영갑의 사진이 오름을 재발견하게 해주었듯 음악을 통해 제주를 재발견하게 한다는 것이 ‘GET in JEJU’ 행사의 취지였다. 


저녁식사 자리로 이동하는 관광버스 안에서 이 여행을 기획한 3인 중 한 명인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 대표가 마이크를 들었다. 여행자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확인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행 가이드였다. ‘밴드와 함께하는 제주 생태 여행-GET in JEJU’는 고씨가 대중음악 평론가 박은석씨, 부스레코드 부세현 대표와 의기투합해 만든 프로젝트다. 셋은 모두 제주 출신이다.  


고건혁 대표는 여행자 안내를 맡았고 부세현 대표는 공연 준비를 맡았다. 의전을 담당한 박은석씨는 뮤지션들이 공항에 내려 다시 서울로 돌아갈 때까지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박씨는 ‘GET in JEJU’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우드스톡 같은 록페스티벌을 제주도에서 하고 싶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음악으로 제주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삼인행이면 필유 아이디어??? 


고건혁 부세현 박은석의 환상 결합으로 'GET in JEJU'는 성사되었다. 제주와 음악에 대한 사랑의 결실이라 할 수 있겠다. 제주 현지 밴드들을 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프로젝트 이름이 '제주바람'인데 정말 올레처럼 제주에 큰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올레가 제주에 새로운 신경망을 구축했다면 제주바람은 제주에 영혼을 불어넣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감히...




생태여행이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제주생태여행' 관계자들의 열정적인 제주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제주에 음악생태계 구축하는 것이 목표


고건혁 대표는 “아이슬란드 출신의 세계적 밴드 ‘시구어 로스’가 수몰 예정인 공장지대에서 음악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GET in JEJU’가 차용한 모형은 세계적인 멀티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페스티벌(SXSW)이다. 음악과 IT와 영화를 포괄하는 멀티페스티벌인 SXSW처럼 ‘GET in JEJU’도 음악과 생태와 강연(힐링)을 결합한 여행상품으로 만들어졌다.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음악)과 제주도가 지켜야 할 것(생태), 그리고 제주도가 나아가려는 방향(전시 컨벤션 산업-MICE)을 결합한 모형인 셈이다. 


2박3일간의 일정은 ‘겟라이브(콘서트)’ ‘오르멍 들으멍(야외 공연)’ ‘제주의 바람(강연-힐링)’ ‘에코 노마드(생태 여행)’ ‘겟 위크엔드(뮤지션과 함께하는 여행)’로 구성된다. 빡빡하다 싶은 일정이었지만 참가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어렵게 휴가를 냈다는 직장인, 시댁의 눈총을 뒤로 하고 결단을 내렸다는 주부 등 참가자 중에는 지친 심신을 달래고 싶어 이 여행에 따라나섰다는 이가 많았다. 박주현씨는 “꿈같았다. 여행은 일상에서의 나를 잠시 잊고 그 순간 자체를 순수하게 느끼고 즐겨보려는 것인데, 그러한 바람에 충실하게, 더 몰입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공연장만 왔다 가는 것이 아니라 여행이 결합된 일정이어서 참여한 밴드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브로큰발렌타인의 보컬 ‘반’은 “이번 공연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 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팬들과 함께, 또 다른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평소 정말 원했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제주생태여행


‘GET in JEJU’ 팀은 여행자들이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제주를 여행할 수 있게끔 제주에 대한 생태 대안관광을 추구하는 ‘제주생태여행’ 팀과 함께 프로그램을 짰다. 제주생태여행 고제량 대표 등은 겉핥기식으로 제주를 소개하는 일반 가이드들과 달리 오름의 공동체 목장과 해녀들이 물질하는 공동체 어장 등을 소개하는가 하면 우도에 해안도로가 나면서 산호사 해변 백사장이 쓸려나가고 있다는 사실, 비자림로가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 등을 알려주며 제주에 대해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하기도 했다. 




역시나 크라잉넛의 무대는 열정적이었다. '음악은 키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기억난다. 허경환 이후 최고의 신장드립 이었던 듯.



여행 둘째 날인 토요일 밤, 본격적인 콘서트가 열린 한라대학교 한라아트홀은 850석 공연장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공연장에는 다음, 넥슨 등 제주도에 내려와 있는 기업체 직원들, 바람카페를 운영하는 이담씨 등 제주에 온 ‘문화 이민자’들도 함께 어울렸다. 관객은 주로 인디밴드 음악을 즐기려는 제주 젊은이였는데 주말에 맞춰 제주도로 여행을 온 사람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GET in JEJU’ 관광버스 운전사는 “공연이 정말 열정적이었다. 나이 쉰셋에 음악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놀았다”라고 말했다. 


‘GET in JEJU’에서 콘서트 제작을 맡은 부세현 대표는 “앞으로 제주에 오는 여행자들이 ‘제주에 오면 여행 중 좋은 공연도 볼 수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제주에 음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려면 제주도 사람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문화판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에는 조금씩 문화 생태계가 구축되는 중이다. 제주올레 열풍 이후 문화 이민자들이 늘면서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밴드들도 음악여행을 마친 뒤 강력한 우군이 되어 있었다. 


자라섬이나 지산처럼 제주 또한 음악으로 기억되는 장소가 될 수 있을까? 흥미로운 실험이 막 시작됐다. 5월 첫 여행에 이어 6월 두 번째 여행을 마친 ‘GET in JEJU’는 가을까지 매달 계속된다(www.getinjeju.com). 7월에는 밴드 강산에, 마크 코즐렉(Mark Kozelek), 피터팬 컴플렉스가 함께한다(7월20~22일).



2013년에는 제주에서 록페스티벌을~~~


'제주바람' 3인의 꿈은 올해 'GET in JEJU'를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내년에는 제주도에 록페스티벌을 여는 것이다. 가능성은 충분한 것 같다. 일단 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밴드들이 제주도에 애착을 갖게 되었다. '사운드 레지던시' 형식으로 제주도에 머물고 싶어하는 밴드들도 있다. 제주도에 머물면서 각자 제주도를 음악에 담아내면 또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기대가 된다.   



'GET in JEJU'의 매력은 소통이다. 여행 중간중간에 뮤지션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많다. 마지막날 뮤지션들과 정리 평가 모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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