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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7편 연속 흥행 실패!

B급 좌판 위원회/키 작은 영화들 | 2012.06.15 09:01 | Posted by 소셜미디어의 촌철살인마 독설닷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두 번째 죽음


<가비> <마이웨이> <7광구> <퀵> <고지전> <라스트 갓 파더> <황해>. 

..최근 1년간 개봉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7편이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2000년대 초 이후 두 번째 ‘집단 폐사’다. 

그 이유는 감독 탓일까, 아니면 시스템 탓일까.


  



<가비> <마이웨이> <7광구> <퀵> <고지전> <라스트 갓 파더> <황해>. 최근 1년간 개봉된 이들 한국 영화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제작비가 100억원 내외인(<마이웨이>는 300억원)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흥행에 참패 혹은 석패한 영화라는 점이다. 대작 영화 일곱 편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영화계는 집단 ‘멘붕(멘탈 붕괴)’에 빠져 있다.


물론 이들 일곱 편을 ‘흥행에 실패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로 묶는 것은 무리한 일반화일 수도 있다. <퀵>의 경우 가까스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만큼은 관객이 들었고, <고지전>과 <황해>는 평단으로부터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힌 영화’라는 호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비유하자면 홈런 타자가 번트로 살아 나가거나 대형 파울을 친 것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블록버스터의 본령은 흥행이고 이 영화들은 이 지점에서 분명 실패했다.


중심 타자인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이렇게 부진한 성적을 보이는 동안 <써니> <최종병기 활> <완득이>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댄싱퀸> <건축학 개론> 등은 두루 흥행했다. <도가니> <부러진 화살> <화차> 등 사회성 있는 영화도 예상 외로 선전했다. 양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했지만 질적으로는 다양성이 확보된 시기였다.




할리우드에 비해 장르의 다양성 떨어져


블록버스터는 원래 파괴력이 엄청난 폭탄을 이르는 말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연거푸 불발탄으로 판명되자 이런저런 진단이 나왔다.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바로 볼거리에 치중해 스토리가 빈약했다는 지적이다. 관객의 눈높이와 욕구에 맞춘 전략이 부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사의 섣부른 간섭도 영화를 망친 원흉으로 지목된다. 핑계는 많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이런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집단 폐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1년 말~2003년 초 대작 한국 영화 10여 편이 흥행에 참패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앙’이라는 별명이 붙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정점으로 <흑수선> <화산고> <무사>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예스터데이> <아 유 레디> <튜브> <원더풀 데이즈> <청풍명월> <내추럴시티>가 흥행하지 못한 것이다.


10년 만에 블록버스터의 악몽이 재현된 셈인데, 중요한 것은 지금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참패 요인으로 지목되는 사항들이 당시에도 거론됐다는 점이다. 실패도 진단도 똑같았다. 비슷한 실패를 하고 비슷한 처방을 받았는데 전혀 나아지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진단이 잘못 내려졌거나 처방이 잘못되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일단 성공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를 살펴보자. 분류를 해보면 크게 네 가지 유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괴물> <해운대>와 같은 ‘재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웰컴 투 동막골>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와 같은 ‘분단 영화’, 그리고 <왕의 남자> <최종병기 활> <전우치>와 같은 ‘역사 영화’, 마지막으로 <친구> <아저씨> <두사부일체>와 같은 ‘조폭 영화’이다. 


‘공상과학 영화’ ‘영웅 영화’ ‘판타지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블록버스터로 제작되는 할리우드에 비해 다양성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분단 영화’와 ‘조폭 영화’ 정도가 우리만의 독특한 흥행 코드라 할 수 있다. 그나마 ‘조폭 영화’는 이미 시효가 다했고 ‘분단 영화’도 관객이 피로에 젖어 소구력이 날로 떨어진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실패 법칙 세 가지 : 

컴퓨터그래픽, 미래사회, 무협 


우리 대작 영화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차우> <7광구> <유령> 등 컴퓨터그래픽(CG)에 승부를 건 영화들이 있었지만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예스터데이> 같은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도 반응이 별로였다. <비천무> <무사> <중천> <화산고> 등 한국형 무협물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적으로 비주얼적인 시도를 했던 영화들은 대부분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피상적인 진단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비주얼이 아니라 비주얼을 받쳐줄 콘텐츠가 빈약했기 때문이다. 그보다 주목할 것이 감독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감독보다는 메이저 제작사의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는 감독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는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는 지점에 감독이 있다. 감독에 따른 분류는 그대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분류법이 되기도 한다.





흥행 영화의 주역 감독들, 꾸준히 하락세


1000만명 넘게 관객을 동원한 다섯 편(<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실미도>)을 연출한 감독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이렇다. <살인의 추억> <괴물>의 봉준호, <왕의 남자> <님은 먼 곳에>의 이준익,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의 강제규, <두사부일체> <해운대>의 윤제균, <실미도>의 강우석, 여기에 1000만명 영화는 아니지만 <친구> <태풍>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만든 곽경택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봉준호·이준익·강우석 감독은 결과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을 뿐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블록버스터형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봉준호 감독은 현재 대작 합작영화 <설국열차>를 제작 중이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작품성이 아닌 흥행 면에서 보자면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다작하고 있는 이준익 감독의 경우 <왕의 남자> 이후 <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 <님은 먼 곳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 등을 연출했다. 그는 음악이 중심을 이루거나 역사를 재해석한 영화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왕의 남자>의 성공 경험이 있으니 '선택과 집중'으로 대작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 이후 <공공의 적2>와 <공공의 적 1-1> 등 ‘공공의 적’ 시리즈를 이어가는 한편 <한반도> <이끼> 등을 연출했는데, 블록버스터 영화로 규모를 키우지 않고도 꾸준히 300만~400만명 관객을 모으고 있다. 강 감독이 흥행에 실패한 영화는 <글러브> 정도이다. 대체로 사회성 있는 남성적인 범죄 영화에 강점을 보인다.


이들과 달리 윤제균·강제규·곽경택 감독은 뚜렷하게 블록버스터로 분류될 수 있는 영화들을 연출하거나 제작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 시스템과 투자 모형은 이들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문제는 이들이 꾸준히 하향세를 그린다는 사실이다. 


강제규 감독은 <마이웨이>의 대실패로 ‘강제규식 대작 영화’ 문법의 시효가 끝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듣는다.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답습한 것이 실패 요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영화 프로듀서는 “자수성가한 중소기업 CEO 중에는 성공한 이유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 변화와 소비자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강제규 감독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한국 영화계 체질이 블록버스터에 적응 못해


곽경택 감독은 <친구> 이후 <챔피언> <태풍>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계속 블록버스터형 영화로 제작했지만 모두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다. 곽 감독의 특징은 계속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마초적 감성을 바탕에 깐 영화이기는 했지만 주제와 소재가 한 감독의 영화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실패하자 곽 감독의 다양성 추구는 영화적 방황으로 읽혔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출하고 제작하는 감독 중에서 코미디 감각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윤제균 감독은 제작에 참여한 <퀵>과 <7광구>의 실패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3D 영화로 제작된 <7광구>의 참담한 실패는 이후 3D 영화로 제작되려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전반을 위축시켰다. 



투자사와 감독의 기 싸움, 배는 산으로?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벌어진 주목할 만한 사건이 바로 <미스터 K> 사태다. <미스터 K>는 CJ E&M이 투자하고 윤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로,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한 이명세 감독(<인정사정 볼 것 없다> <M>)이 연출을 맡았다. 그런데 영화를 10분의 1도 찍지 않은 시점에서 이명세 감독이 하차하면서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제작사 측 주장은 이 감독이 시나리오대로 영화를 찍지 않아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인데, 시나리오에 애초 감독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부분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스터 K> 사태는 그간 감독 개인의 역량과 카리스마에 의존하던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시스템에 의해 제작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확실히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명한 자기 영화세계를 지닌 중견 감독으로 평가받는 이명세 감독마저 개입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제작사와 투자사의 사전 기획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스템과도 유사하다. 그간 한국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흥행 문법은 따르되, 그 제작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 것은 아니었다. 곧 확실한 볼거리,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인 스토리 등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 문법을 한국화해 재미를 보았으되, 이를 시스템으로 확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블록버스터는 숙명적으로 ‘절대로 망하지 않는 영화’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차>의 변영주 감독은 “블록버스터일수록 감독의 작가적 역량보다 제작사의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다. 블록버스터에는 법칙이 있고 그 법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 블록버스터 영화는 감독 개인의 역량에 지나치게 의지해왔다”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한국 영화계 체질이 아직 블록버스터 제작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 감독은 “투자사가 블록버스터 제작에 관여하느냐 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관여할 만한 안목과 전략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블록버스터에 대한 축적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섣부른 간섭은 영화를 망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어정쩡한 타협이 이뤄지기도 한다. 한 영화 제작자는 “배급 영향력 때문에 블록버스터를 안고 가려는 투자사와 블록버스터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감독이 어중간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양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투자사와 감독이 밀고 당기는 사이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일도 흔하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블록버스터 다워야"


전문가들은 ‘블록버스터 영화는 블록버스터다워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적 안전장치를 두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양식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르 영화에 취약한 한국 영화계는 이런 양식화에 취약하다. 한국 영화 2.0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블록버스터의 계절인 여름을 앞두고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또다시 시험대에 섰다. 올여름 전후로 <타워>(설경구·손예진 출연), <도둑들>(김윤석·김수현·전지현 출연), <연가시>(김명민 출연), <R2B:리턴투베이스>(비·신세경 출연) 등이 개봉될 예정이다. <괴물2>(박명천 연출), <권법>(박광현 연출), <템플스테이>(윤제균 연출), <설국열차>(봉준호 연출) 등도 200억~300억원 예산으로 제작되고 있다. 이들의 권토중래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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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광고인 영민c. 2012.06.15 14: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만, 첨언을 하지 않을 수 없네요.
    흥행영화의 주요감독들을 리뷰하면서, 대표적인 흥행감독 2명 - 최동훈, 김용화 - 을 거론하지 않은 것이 의아합니다. 두 분 다 3연속 흥행작을 기록하고 있는 터라,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인데요. 나머지 다른 감독들만을 가지고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 유니코니아 2012.06.15 1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윗분의 말도 일리는 있지만 대기록을 세운 감독들 중심으로 의미있는 주제를 뽑아내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감독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시스템보다는 감독의 카리스마에 의존한 영화산업의 위태로움은 위 감독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최종결과물이 좋았을 뿐, 필자께서 하고자 하는 말과 괴리된 상황에 있으신 분들은 아니니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 페이스북 담벼락에 링크공유할게요:)